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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TTER 작품 개요>
아름다운 소비문화, "이와이 WORLD" - 신토 아사꼬 정직하게 말하자면, 스즈끼 세이쥰감독이 이타미 쥬조의 "장례식"에 대해 '이것 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나도 이와이의 "LOVE LETTER"를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고 싶다. 그러나, 헤어나지 못하고 헤매는 일본영화에 활기를 부여하는, 즉 상업적으로 성공한(할 것이 분명한) 이타미 쥬조나 이와이의 작품을 굳이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히트 상품을 대량생산해주어 제작회사나 배급회사나 극장이 윤택해지면, 위험부담이 많은 작품에도 영화제작의 기회가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일본영화가 더욱 건전하게 생존해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일본영화계에는 아직도 히트메이커로서의 재능과 작가로서의 재능을 구별하여 받아들이는 환경이 없이, 그 애매한 상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업계의 딜레마가 결과적으로 양쪽의 재능 모두를 죽여버리는 참극만을 부르고 있다. "소나티네"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키타노 다케시에게서 손을 뗀 쇼지쿠(松竹)의 제작자는 일본영화사의 죄인으로서 이름을 남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와이에게는 그런 입장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글을 마칠 수는 없으므로 그렇다면 왜 그의 극장장편 데뷔작에 대하여 영화작가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이것은 그가 이미 TV쪽의 히트제조기이며, 만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LOVE LETTER"의 선전지에는 '모든 이의 마음에 와닿는, 애달프고 그리운 영상미학 <이와이 WORLD>'라고 쓰여 있다. 확실하게 와닿는 선전문구.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일본 영화가 히트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이 조건을 틀림없이 상품화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영상은 대단히 세련되어 있고 섬세하며 기분상쾌한 리듬감을 가진다. '루키노가 좋을지도 몰라'는 나 또한 대단히 좋아하는 CM이다. 94년도 영화감독협회의 신인상을 TV드라마이면서도 이례적으로 수상한 "if 만일 : 쏘아 올린 폭죽,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사춘기 직전의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흔들림을 어느 여름날에 일어난 일을 통해 티없이 묘사하여 마치 독기를 품고 있는 소마이 신지의 "태풍 클럽"처럼 사랑스러운 드라마가 되고 있다. 독기는 커녕 최신가전제품처럼 알기 쉽고 멋있는 것, 히트송처럼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것, 그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확실히 부응한 그는, 스스로가 대중에 순응하여 '이와이 WORLD'라는 반예술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TV업계라면 이것이 바로 모범답안이다. 그러나 그가 "LOVE LETTER"라는 영화를 제시했을 때 그 방법론이 TV의 연장선 위에만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설사 모든 이에게 따듯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영화사를 뒤흔드는 사건은 되지못하리라. "LOVE LETTER"는 설원에 누워있는 나까야마 미호의 클로즈 업으로 시작된다. 조금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대단히 아름답다. 이와이 감독은 연기자를 대단히 예쁘게 찍는다. 남자, 여자, 아이, 조연할것 없이, 모두 너무나 생생한 표정을 가진다. 이 자체는 영화에 있어서 축복 받은 것이다. 문제는 그 표정이 인물설정이 이루어질 때 정해진 범위를 결코 일탈하지 않는 것에 있다. 등장인물은 몇 개인가의 준비된 가면을 가지고 그것을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또는 촬영현장에서 내보인다. 우연한, 무방비의, 있는 그대로의 반짝임을 가진 표정을 보이는 일은 결코 없다. 표정 뿐만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감정도, 행동도, 이야기의 전개도 이와이 감독이 조종하는 예정조화적인 범위를 넘으려 하지 않는다. 안전권 안에서 '애틋함'과 '그리움'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나타나고, 사라져 간다. 사실, 이것들은 다른 일본의 감독들은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매력이다. 사카이 미키가 눈 위를 미끄러지는 쇼트는 아름답다. 그녀가 자전거 페달을 돌려 밝힌 불빛으로 어린 시절의 이츠끼가 답지를 보는 신도 마음에 남는 장면이다. 고열로 쓰러진 딸을 병원으로 데려갈 때,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대결신은 무서울 정도의 긴장감이 있었다.(사실 이 장면만은 '이와이 WORLD'를 넘어서는 박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하나하나가 이야기 속에 뿌려지면 이것들은 각각의 안전권 속에서 소비되어 버리고 영화전체의 흐름이 되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속에 뿌려진 많은 에피소드는 편지와 공간과 시간의 영민한 이동에 의해 모아진다. 에피소드 자체가 독립해버리는 것을 교묘한 장면전환과 극적 효과로 보충한다. 약혼자를 잃고 코베에 살고 있는 히로꼬(나까야마 미호)는 우연히 그가 옛날 살았던 오타루에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우연히 약혼자와 같은 이름으로 중학시절 동급생이었던 이츠키(나까야마 미호. 1인2역)에게 편지가 배달되고 두 사람사이에 편지가 오고가게된다. 마침내 두 개의 사랑이 드러나게 된다. 이야기 속에 이츠끼가 옛날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었고 그녀 또한 감기에 걸려 생사를 방황한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가 스토리에 부여하는 효과는 ①오타루는 춥다, ②히로꼬의 약혼자의 죽음에 대해 이츠끼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동등한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보여준다, ③등장인물이 생사의 방황을 한다는 서스펜스 효과, 일 것이다. 그러나 ②에 관해서는 히로꼬가 약혼자의 죽음을 직시한 것처럼 이츠끼가 아버지의 죽음을 직시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츠끼와 아버지와 죽음의 관계는 애매하고 권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결과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히 웃게 되는 ①과 곤란할 때 서스펜스에 의지하는 ③이다. 또, 그는 어떤 인물이 대사를 말하는 하나의 쇼트에서 그 인물을 정면, 옆, 비스듬하게 찍어 플래쉬처럼 보이는 효과를 잘 사용한다. CM에서는 이것이 상쾌한 리듬감을 주지만, 영화에서는 영상의 장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CM같기 때문에 영화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CM과 똑같은 수법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영화에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그의 대사 감각은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나 TV드라마의 각본가보다 단연 뛰어나다. 그러한 훌륭한 재능이 히트상품으로서 소비되어 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의 영화가 소비문화에 포위된 '이와이 WORLD'에서 해방되는 날을 가만히 기대하고싶다. 물론, '이와이 WORLD'를 통해 점점 돈을 벌어 일본영화 업계에 공헌하는 것 또한 기대하고싶다. - 일본 영화잡지 "까이에 드 씨네마" 15호 (95년 봄) 중에서 (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