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12P의 자취방은 반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이번 장학금은 내 꺼다." P는 자신에게 단단히 다짐을 했다. 시험 준비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다. 마지막 날 남은 3학점짜리 전공 시험까지도 P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벌써 며칠째 하루 두세시간 이상은 자지 않은 것 같다. "내일만 지나면 술이나 실컷 마시고 뻗어 버려야지..."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을 하루 앞둔 저녁, 책에 파묻혀 저녁 먹는 것도 잊은
P는
어느덧 시계는 새벽 네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래도 잠깐은 자 둬야겠다..." P는 시계를 여섯시에 맞추었다. 그리고는 달게 잠을 청했다. 그가 눈을 뜬 것은 5시 50분, 아직도 어둠이 검게 깔려 있는 12월의 새벽녘이었다. 연탄불이 꺼졌는지 방바닥이 얼음장같이 차다. "내가 어지간히 긴장을 하긴 했나 보다, 알람도 울기 전에 깨다니... 후후후" P는 알람 시계를 눌러 끄고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새벽 찬 공기가 달다. 6시 30분. 시험 시작시간까지는 약 세시간, 그는 곧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시험기간이라서 그런지 이른 새벽인데도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지독한 것들, 열심히들 하는군..." 그는 마음을 바꾸어 곧바로 시험이 있을 강의실을 찾았다. 아무도 없었다. P는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그리고 잠시 책을 들여다 보던 P는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는 샤프 펜슬을 꺼내들고 책상 귀퉁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기 시작했다. 컨닝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나 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험범위를 몽땅 책상 위에 옮겨 놓을 기세로 컨닝 준비에 몰입하던 P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무리 겨울철이지만 들어온 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동은 틀 생각을 않고 어둠이 점점 짙어 가는 것이었다. 그는 천천히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9시였다. P의 얼굴은 천천히 흙빛으로 변했다. 짙은 어둠이 깔린 강의실에는 여전히 P혼자만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렇다. 두시간만 잔다던 P는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만 열 네시간을 내리 자버린 것이었다. ...............
P는 교수님께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간신히 재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성적 장학금은 3학점 전공과목에서 C를 맞은 그의 차지가 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