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13요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쇼는 첫 방영 5주만에 2900만명의 사람들이 시청했다는, ABC의 "Who wants to be a millionare" 이다. 호스트 Regis Philbin의 "Is that your final answer?"라는 말이 이제는 누구나 쓰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이 쇼의 인기는 도무지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이 쇼는 지금까지 두 명의 백만장자를 배출했다.
이 쇼의 진행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총 열 다섯개의 사지선다형 문제를 맞춰야 하는데 한 문제를 맞출 때마다 $100에서 시작한 상금이 곱절로 뛰는 것이다. 물론 틀리게 되면 상금은 곤두박질 친다. $100 -> $200 -> $300 -> $500 -> $1,000 -> $2,000 -> $4,000 -> $8,000 -> $16,000 -> $32,000 -> $64,000 -> $125,000 -> $250,000 -> $500,000 -> $1 million 여기서 1000불과 32000불의 두 세이프라인이 있다. 요컨대 여기까지만 확보하면 그 다음의 문제를 틀려도 상금이 이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컨테스트에 참여한 사람은 세번의 찬스(Life-Line)을 쓸 수가 있는데, 방청객에 물어보기, 보기 네개중 두개를 지우기, 그리고 미국에 있는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서 물어 보기등 세번의 기회가 있다. 듣기엔 쉬워 보이지만, 사지선다형의 열 다섯 문제를 틀리지 않고 풀기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약 달포 전, 첫 백만장자는 의외로 싱겁게 탄생했다. 연방 국세청에서 일한다는
그는(이름을 잊었다) 50만 달러까지 Life-Line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열 네
문제를 고스란히 맞춰 단숨에 50만불까지 확보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백만불
문제를 맞았다.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 사회자에게 찬스를 사용하겠다
Regis로부터 전화를 넘겨 받은 그는 아버지에게 문제를 읽어 주는 대신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Dad, actually... I don't need your help. I just want to let you know that I just won a million dollors. (아버지, 사실은 도움은 필요 없어요. 단지 저 100만불 벌었다고 아버지께 알려 드리려고 전화한 거예요.)"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 그가 정말 부러웠다. 그의 상금 100만불이 부러웠다는 게 아니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의 그 기고만장한 자신감, 그 여유, 그 배짱, 그 유머감각과 재치... 그런 것들이 정말 부러웠다. 자신감... 나를 가장 "단단하게(내가 좋아하는 어떤 친구의 표현)" 만들어 주는 최상의 방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