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번 큰 소리로 웃었다. 한 번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또 한 번은 우스워서 웃었다.

날짜 지난 스포츠 신문을 구겨 들고 화장실로 갔다. 워낙에 읽을 거리도 없지만 시뻘건 바탕에 대문짝만한 글자로 한 면을 가득 메운 기사가 눈에 확 띄었다.

"톱스타 3인방, 올해 결혼 계획 전격 공개!"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연예인 세 명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 변기에 걸터 앉아서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가 나는 그만 허허허 웃고 말았다.

C모양의 결혼 계획: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K모양의 결혼계획: 필(feel)이 오는 사람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L모양의 결혼 계획: 당분간 생각 없음.

골통 연예부 기자 한 넘이 책상머리에 앉아 낙서처럼 끄적인 기사였다.

이런 류의 기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를 들면,

"강수연, 드디어 벗었다!"

솔깃한 마음에 기사를 읽어 보면,

"아역 이미지를 벗었다..."

그런 투의 쓰레기 기사들 말이다.

어쨌든 그걸 기사라고 쓴 넘도 한심하고, 그런 기사로 한 면을 채운 신문사도 어이없고, 그냥 변소에 왔으면 똥이나 누지 그걸 읽고 있는 나도 어이없고... 하여간 헐헐헐... 한참을 웃었다.

신문을 버리고 손을 씻는데, 비누 덩어리가 반지 틈새로 들어가서 잘 안나왔다. 그래서 그걸 빼내려고 계속 수도를 틀고 손을 비비고 있는데 옆에서 손을 씻고 있던 옆 변호사 사무실 Joe가 툭 한마디 던졌다.

"똥 묻었냐? 뭔 손을 그렇게 오래 씻어?"

참으로, 참으로 오랫만에 뱃가죽이 아프도록 웃었던 것 같다. 한 번 그렇게 물꼬가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웃어 보는 것이 대체 얼마만이던가.

웃음이라는 것은 아마도 허무의 또 다른 표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