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19속도 위반 티켓을 떼었을 때의 일이다. 운전학교에서 8시간 안전 운전 교육을 받으면 기록에 남기지 않고 지울 수 있대서 운전학교에 일일수강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전에 일찌감치 가서, 엎드려 자기 딱 좋은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열여덟살짜리 여학생부터 70노인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메우고 앉았다. 그러나 기대하지도 않았던 안전운전 교육은 참 유익했다. 그중에 특히 방어운전 이론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총 8시간 교육중 6시간을 마치고 나머지 2시간은 사례 발표 및 해설을 하는 시간이다. 한 사람씩 나와서 왜 티켓을 떼게 되었는지 설명하면, 강사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하면 같은 티켓을 받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도 자신이 잘못해서 티켓을 떼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50대 아저씨의 차례가 되었다. "저는요, 4 stop way (신호등 없이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가는 네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맞은 편에서 자동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 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일단 그 차가 먼저 지나갈 수 있게 정지했죠. 그런데 이 차가 속도를 줄이는 듯 보였어요. 그래서 나는 나를 발견했나 보다 하고 좌회전을 했지요." 아저씨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차가 글쎄 내 차를 꽝 하고 받는 거예요. 정신을 차려서 내려 보니 차가 다 부서졌지요. 상대방 차는 여자가 운전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가서 보험 인포메이션을 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 여자는 그걸 줄 생각은 안하고 그냥 울기만 하는 겁니다." "그렇게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왔어요. 그래서 나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때까지 마냥 울기만 하던 여자가 갑자기 경찰한테 막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내가 영어는 잘 못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들어 보니까 글쎄 이 여자가 경찰한테 '저 사람이 날 죽이려고 들이 받았다.'고 그러는 거예요. 기가 막힌 나는 아니라고 해명을 하려고 했는데 이놈의 경찰X끼는 샷압, 샷압 하면서 말을 못하게 막는 거예요." 어느덧 목소리가 커질대로 커진 아저씨의 말에 상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만 있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항의를 했지요. 그랬더니 대뜸 이 경찰X끼가 팔을 이렇게 꺾더니 뒤로 수갑을 채우는 거예요." 강사가 물었다. "아니 왜요?" "몰라요, 그냥 바닥에 엎드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팔을 이렇게 비틀어가지고..." 정황을 보아하니 이 아저씨는 너무 억울한 나머지 경찰에게 드세게 항의를 했다보다. 예를 들어 경찰을 밀었다던지,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항의를 했다던지... "결국은 수갑 찬 채로 경찰차 뒷좌석에 실려서 경찰서에까지 가서... 선생님, 내가 이나이 먹도록 나쁜 짓 한 번 하고 산 적이 없는데... 결국 법정까지 갔는데 내 잘못으로 판정이 났다 이말입니다..." 그때였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이 아저씨가 갑자기 뒷머리를 움켜쥐더니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니 선생님, 왜 그러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혈압이 좀 있어서..." 괜찮다던 그 아저씨는 결국 안색이 파래지기 시작했다. 구급차가 오고, 그 아저씨는 결국 앰블란스에 실려 가고... 한바탕 난리를 친 다음에야 나는 운전학교 문을 나설 수가 있었다. 그 아저씨가 실려 가고 나서 강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오늘 저 이 학원 문 닫는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미국에선 절대 경찰의 명령에 복종하셔야 합니다. 성질대로 하시다간 저 아저씨 꼴이 됩니다..." 영어 못하고, 힘 약한 약소 민족의 설움은 오늘도 여기 저기서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