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21야근을 할 때면 꼭 무얼 먹어야 하는지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은 데니스(Denny's)로 낙착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도 한참 고민을 하다가 결국 데니스로 갔다. 음식을 시키고 마실 것을 주문하는데 맨 가장자리에 앉았던 Ferdie가 맥주를 시켰다. 그 옆에 앉은 Ryan도 맥주를 시켰다. 나도 목이 칼칼해서 맥주를 시켰다. 마지막으로 K 카피의 차례가 되었다. "Uhmmm... I want a milk. Can you make it warm please?"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K카피의 얼굴을 쳐다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Are you sure, sir?" "What? Do you have any problem with that?" "... No, sir. I'll ask for it." 웨이트리스는 주문을 다 받아 가지고 돌아갔고 나는 아마도 주방에 마이크로웨이브가 망가지기라도 했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 5분 뒤에 맥주만 가지고 돌아온 웨이트리스는 난감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I'm sorry, sir. I can't make the beers warm. Because we've never done that before" "?????" K 카피의 어눌한 발음이 웨이트리스로 하여금 milk를 beer로 알아듣게 했는지, 아니면 앞의 세 사람이 맥주를 시키는 바람에 당연히 그도 맥주를 시키는 줄 알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바탕 폭소가 터지고 난 다음에도 우리는 계속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왜냐 하면 맥주를 뎁혀 오라는 것으로 오해한 웨이트리스와 주방의 쿡들이 나누었을 대화가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었다. [ 추정 주방 conversation ] "야, 저기 어떤 또라이가 맥주를 뎁혀 달래." "뭐? 미친 넘 아냐?" "아니, 생긴 건 멀쩡해 보이든데... 안 뎁혀다 주면 골치 아플것 같다, 그냥 뎁혀다 주자..." "안돼, 가서 안된다 그래. 살다 보니 별 꼴통같은 넘을 다 보겠네..." 그 자리에서 안된다고 말하지 않고 끝까지 손님의 요구를 들어 주려고 애썼던 그 웨이트리스의 서비스 정신이 너무 가상해서 우리는 팁을 듬뿍 놓고 나왔다. 그 후 회사 앞 데니스 레스토랑은 우리 단골식당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