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23며칠을 두고 양식만 먹었더니 갑자기 구수한 된장찌개 생각이 간절했다. 아주 잘 하는 된장찌개 집을 알고 있다. 된장찌개와 꽁보리밥, 그리고 잘 익은 총각김치에 조기구이까지 같이 나오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직접 담근 장으로 맛을 낸 청국장 찌개가 일품이다. 오랫만에 아주 포식을 했다. 추가로 공기밥을 시켜서 배를 두드리며 먹고는 뿌듯한 기분이 되어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로 돌아온 나는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트림이 나오려는지 뱃속이 거북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타지 않았어야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한 백인 여자가 타고 있었다. 괜찮겠지 싶어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는데 올라타자 마자 갑자기 속이 더부룩~해 지더니 트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력을 다해 참았다. 나오려던 트림은 다시 목구멍을 타고 꿀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뱃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 거센 세력을 얻은 트림은 이번엔 강력한 압력으로 식도를 밀어붙이며 올라왔다. 도로 집어 넣을 지경이 안됨을 직감한 나는 입을 꽈악 다물었다. 그러나 입을 다문다고 트림은 봐주질 않았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트림은 출구를 찾지 못해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콧구멍을 통해 퓨슈슉~하며 배출되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멎었다. 그때까지 숨을 참고 있던 불쌍한 여자는 분명히 내릴 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수영선수처럼 푸우!하고 숨을 내뱉으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난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또 저지르고 말았다. 난 1층에서 그 여자를 따라 정말 내렸어야 했다. 뛰쳐나가는 그 여자와 엇갈리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쏟아져 들어 왔고, 미처 내릴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은 야속하게도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차마 여기서 밝힐 수가 없다... 다만 8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8년같았다는 것 밖에는... 차라리 방귀를 뀌었던들 이렇게까지 망신스럽진 않았을 것을... 오늘부터 나는 이 빌딩에서 왕따가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