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26명함을 받아 들고 픽 웃었다. 실수였다. Steven Ricket Rickets는 '꼽추'라는 뜻이다. "I know why you're laughing..." 별일 아닌 듯 넘어갔지만 웃지 않았어야 했다. 성(Last name)은 자기 잘못이 아니건만 이 사람은 이름 때문에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까? 내 친구 중에 '철석'이란 이름을 가진 놈이 있다. 성은 '변(邊)'이다 변철석, 변철썩. 친구들에게도 매일 놀림을 받았지만 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출석을 부르던 선생님들은 한 분도 거르지 않고 코멘트를 하셨다. "야 변철썩, 너는 X 눌 때 "철썩"하고 떨어지지?" 그는 웬만하면 멋적게 웃었지만 당혹스러워 했다. 그 친구의 아버님은 앞 뒤 생각을 하고 이름을 지으셨을까? 아들이 이름 때문에 겪을 고충을 생각한다면 이름 짓는 데도 조금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도 싶은데 말이다. 유달리 촌스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 촌스럽다는 것이 결국은 내 기준에서 내린 판단이겠지만 처음에 이름을 듣고는 웃음을 참기 힘든 경우가 가끔 있다. 특히 어머니들이나, 할머니들 이름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조자. 일본어로 하면 참 예쁜 이름이다. 아사꼬(朝子, あさこ). '아침 소녀'라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이 이름 듣고 웃지 않는 사람을 못 보았다. 우리 장모님의 제일 친한 친구분 이름이다. "여보, 조자아줌마 전화 왔었어..." 안 웃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다. 점이 있다고 점례, 더 이상 딸은 안낳겠다고 막순이, 뒷간 가다가 낳았다고 분녀, 심지어는 아들 사형제 이름을 일복이, 이복이, 삼복이, 말복이로 지은 사람도 보았다. 물론 ?듣기에 정겹기는 해도 요즘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 찾아 보기 힘들다. 재미난 이름에 얽힌 이야기 하나가 또 생각난다. 대학 2학년때 친구들과 대둔산에 등산을 갔었다. 산길을 오르다가 어떤 여학생(충남대에 다닌다고 했음) 한 그룹과 친해졌다. 식수가 있는 곳을 찾는대로 점심을 같이 해 먹기로 합의가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걸음이 느려서 뒤쳐졌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뒤쳐졌다는 여학생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입에 손을 모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논숙아이~ 빨리 올라 오그라아~" 우리는 다 뒤집어졌다. 성까지 합친 그녀의 이름은 "봉논숙"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논에서 모내기를 하시다가 산기(産氣)를 느껴 논두렁에서 아기를 받았다고. 그래서 논숙이라고 지었단다. 참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