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의 선물중국 길림성 연변에는 미선이라는 내 누이동생이 산다.
미선이는 지금 스무살이다.
미선이는 가야금을 타는 아이였다.
미선이의 집은 평범한 조선족 가정, 부모님과 두 언니 그렇게 다섯 식구... 아버지가 버는 월급은 미화로 환산해 월 35불.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막내딸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에겐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항상 밝은 표정에 미소를 잃지 않는, 그리고 아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과 온화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너, 내 동생할래?" 내 첫 프로포즈는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미선아, 너 내 동생해라... 오빠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께..." 몇 번을 보챈 끝에 겨우겨우 미선이의 허락을 들을 수 있었다. "전 맛있는 거 필요 없구요, 저 나중에 중국에 돌아간 다음에 오빠한테 편지 받았으면 좋겠어요..." "......" 한 달여를 LA에 체류하는 동안 미선이는 내게 친오빠 이상의 정을 주었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선이가 남 같지 않고 정말 내 친동생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미선이를 좋아했다. 미선이가 중국에 돌아가던 날, 나는 미선이에게 워크맨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미선아, 이거 가지고 가서, 네 가야금 타는 거 하구 네 노래하구 녹음해서 오빠한테 보내줘야 한다..., 알았지?" "응, 오빠..." 미선이가 떠난 후, 나는 근 몇개월을 공허(空虛)상태로 지냈다. 그러나 미선이는 내게 녹음테입을 보내주지 않았다.
건전지 살 돈이 없어서 그랬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선이에 대한 기억은 차츰 희미해져갔다. ...... 몇년 전,
"보고 싶은 오빠,
그 테입 안에는 미선이가 손수 연주한 가야금 소리와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간간히 목으로 삼키며 노래하는 미선이의 나만을 위한 연주가 걸그럭거리는 잡음과 함께 녹음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그리움은 서서히 엷어졌지만 십년이 다 되도록 미선이는 오빠에 대한 그리움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기홍이는 그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난 그 테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