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3
처음 미국에 와서 1000불 주고 사서 겨우겨우 끌고 다니던 차가 결국은 불이 나버렸다.
200불을 받고 폐차시켰다. 그리고 화가 나서 나중 일 생각 안하고 새차를 하나 덜컥 뽑아 버렸다.
기쁜 마음에 한국에 있는 친구 놈에게 자랑도 할 겸, 전화를 했다.
"철아 나 차샀다. 6기통인데, 무지하게 잘나가..."
"뭐! 6기통!! 얼마짜린데?"
"응 17000불 줬어...^^? "? (당시 현대 엑셀이 한 500만원 정도 할 때다)
"뭐! 만 칠천불? 니가 돈이 어딨어서?"
"응, 10%만 내고 나머진 할부로 샀지, 뭐..."
"그래? 그럼 월 얼마씩 갚는건데?"
"응... 월부금하고 보험료, 그리고 기름값 합해서 한 700불정도 드나 봐..."
"뭐?! 700불? 너 간이 부었구나? 지 분수도 모르는 넘..."
" -_- ....? 여긴 다들 그렇게 차 사, 임마..."
"미친 넘... 아예 차에서 먹구자구 그러지 그러냐?"
" -_- .... "
동생에게 얹혀 살다가 독립을 했다. 월세 575불을 내야 하는 아파트였다.
친구놈에게 또 전화를 했다.
"철아, 너 인제 놀러와도 잘 데 있어, 임마."
"야, 너 미국가더니 돈 벌었구나, 몇 평 짜리냐?"
"... 그건 잘 모르고... 여긴 그냥 원 베드룸이라고 불러."
"응, 그래... 얼마 줬니?"
" -_-? 얼마는 뭐... 산 거 아니야."
"전세구나, 얼마짜린데?"
" -_-? 여긴 전세... 그런 거 없어. 그냥 다달이 렌트비를 내고 있어."
"(실망한 목소리로) 삵월세야? 보증금은? 월세는?"
"(기가 죽어서) 응... 보증금은 없고, 월세는 한 달에 50만원 정도 내고 있어."
"뭐, 50만원?! 정신 나간 넘, 너 돈벌어서 집세내고 차 월부금 갚으면 손구락 빨고 사냐?"
"(할 말이 없음)..., 여기는 다 그렇게 살아, 임마..."
결혼 뒤 몇년을 저축해서 집을 한칸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친구한테 또 전화를 걸었다.
"야, 나도 아파트 신세 면했어, 임마."
"야, 너 성공했구나. 그래, 얼마 줬냐?"
"응, 한국돈으로 한 3억? 그냥 쪼끄만 거야, 너 오면 재워줄 수는 있어, 험 험..."
"야, 너 진짜 돈 많이 벌었구나? 3억이라고? 으아...."
"... 아니, 전부다 내돈으로 산 건 아니고 은행에서 융자를 좀 했지... 여긴 다들 그렇게 집 사."
"엉? 융자? 얼마를 빌렸는데?"
"응... 한국 돈으로 한 2억 7천 정도?" (10% down payment를 했다)
"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야, 이 미친 놈아, 너 왜그렇게 사냐?"
이번에도 '여긴 다 그렇게 살아..." 하고 대답해 주려다가 씨도 안 먹힐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친구 말이 맞기는 맞다... 난 왜 이렇게 살까?
이놈의 미국 생활이라는 것이월부금 갚고 나면 정말 하나도 남는 것이 없다.
미국애들도 월급 받는 날, 한숨을 쉬면서 하는 말이 disposable income이라고 투덜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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