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riedrich Gulda(오스트리아 1930- )
2.Lazar Berman(러시아 1930- )
3.Alfred Brendel(구 체코슬로바키아 1931- )
4.Glenn Gould (캐나다 1932-1983)
5.Vladimir Ashkenazy(러시아 1937- )
1.Friedrich Gulda(오스트리아 1930 - 2000.1.27)
클래식의 피아니스트로서 뿐 아니라,
현대 모던 재즈 피아니스트, 작곡가, 프로듀스로 활약하고 있고, 연주회의 무대에
연미복이 아닌 다크 슈우트의 평복을 입고 등장하며, 클래식 리사이틀에서 베토벤을
연주한 후, 자작의 재즈곡을 앙코르로 연주한다. 그리고, 모짜르트의 소나타에서는
귀에 선 장식음을 많이 덧붙여 반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이 때는 재즈 피아니스트처럼
소리를 내어 노래부르고, 연주 중 청중 쪽으로 자주 얼굴을 돌리는 피아니스트, 빈의
피아니스트로서는 매우 이상한 존재로 여겨지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프리드리히 굴다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창조적인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프리드리히 굴다는 1930년 5월 16일에 빈에서 태어났다. 빈 음악 아카데미에서 피아노와 이론은 배웠으며, 16세인 1946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하여 두각을 나타내었다. 18세에 이미 탁월한 연주력으로 중부 유럽을 강타했고 19세에 남미 , 20세에 뉴욕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해 `새로운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 때부터 굴다는 연주가로서 유럽, 미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시작했다.굴다는 젊었을 때부터 베토벤의 연주가로서 알려져서 협주곡과 소나타를 많이 연주했다. 그는 20대와 30대에 드물게 두번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녹음하였다.
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이외에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굴다는 엄청난 국제적 성공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60년대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뒤로한 채 재즈 음악인으로 변신, 유로재즈 교향악단 창단에 관여 하고 빈 재즈 경연대회를 창설했으며 68년에는 카린티아에 즉흥음악 학교 를 세웠다. 그는 1956년 뉴포트의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의 재즈의 메카라고 일컬어진 버들랜드에서도 연주하여, 이 분야에서의 명성을 높였다. 그는 1966년 이래 빈에서 재즈 콘테스트의 위원장으로 있었으며, 서독의 MPS 레코드와 관계하여 많은 재즈맨을 서독에 소개했다. 또 재즈의 작곡가로서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여, 클라식과 재즈를 융합하여, 프리 재즈에 속하는 즉흥적인 새로운 음악을 개척하고 있다. 1973년 부터 영혼음악이라 불리는 새로운 재즈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어 재즈 피아니스트로서도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굴다는 특히 기행과 까다로운 성격으로 유명했으며 자신이 사망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게 한 뒤 며칠 후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부활 파티''를 열기도 한 괴짜예술가였지만,"음악가란 사랑에 넘치고 개성의 권능을 발휘하면서 음악에 대한 완벽한 존경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 시대의 가장 창조적인 음악가였다.
굴다는 독특한 투명성과 놀라운 스피드, 탄력적인 리듬, 선명한 멜로디 라인 등을 특징으로 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는 확실한 터치로 악보에 표시된 모든 음이 명확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그는 페달의 지나친 사용을 혐오하는 스타일이라서 깔끔하고 깨끗한 음색을 만들어 내지만, 원근감과 섬세한 뉘앙스 면에서는 조금 뒤떨어지게 들릴수도 있다.
그는 독특한 양식으로 연주를 하고 있지만 많은 명피아니스트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개성적인 양식을 일찌감치 확립하였고, 그것을 재즈라는 자유로움과 창조적인 새로운 음악에 배출하는 자유주의자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피아니스트이다.
"내가 무대에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러시아와 무관할 수 없습니다. 광야를 달리는 코사크족의 기상 같은 드라마틱함과 웅장함이 한편이 있다면, 러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나 고민도 있습니다. 나는 이 다양한 색채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1976년의 1월은 미국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 날 일것이다. 원래 연주회를 거의 열지 않는 거장 호로비츠가 28년만에 시애틀을 비롯한 미국 서부에서 연주 여행을 하였고, 동부에서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라고 부린 소련의 비르투오조 라자르 베르만이 충격적이라고도 할수 있는 미국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그의 데뷔 연주에 대한 음악계의 평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뒤를 잇는 피아니스트','눈부신 테크닉은 호로비츠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비르투오조' 그리고, 길렉스가 말한 '리히터와 내가 한조가 되어도 당할 수 없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베르만의 실력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나이들수록 뚱뚱해진 체구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않아 커다란 손가락과, 간간이 팔만 움직이는 특이한 연주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완벽한 테크닉과 음악성으로 청중을 사로잡고 있다. 그해서인지 호로비츠, 안톤 루빈스타인, 라흐마니노프로 거슬러 올라가는 러시아 음악가의 전통을 잇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 그가 서방세계에 알려진 것은 1976년 미국 데뷔 연주를 통해서이고, 이것은 미국 데뷔 1년전에 베르만이 연주하는 <초절기교 연습곡>을 듣고 감동받은 카라얀이 그를 불러들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1975년에 카랴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하는데 이는 카라얀 주도가 아닌 베르만 주도의 연주라는게 큰 특징이라고 한다.
라자르 베르만은 1930년 유태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2세 때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 기초를 배운 뒤, 4세 때 사마리 샤프신스키 교수가 지도하는 레닌그라드 음악원의 어린이를 위한 특별 재능 교실에 입학했다. 7세 때 젊은 독주자를 위한 음악제 기간 중에 볼쇼이 가극장 무대에 서면서 찬사를 받았다. 베르만은 8세까지 악보를 읽을 수 없어 귀로 외어 연주했다고 한다. 9세에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 1953년까지 명교수 골덴바이저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졸업 후에도 음악원에 남아 1957년까지 리히터나 소프로니츠키에게 지도를 받았다. 베르만은 10세때인 1940년 모스크바 필과 모차르트 협주곡 K503을 협연으로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후 동베를린 국제 청소년 음악 콩쿠르에서 1위, 리스트 콩쿠르에서 3위,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를 한다.
그는 리스트 콩쿠르에 참가한 프랑스 태생의 여인을 알게되어 사랑에 빠지는데, 모스크바로 유학온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것은 만난 지 3년 뒤, 하지만 결국 이 결혼으로 일이 터진다. 구소련 당국은 망명을 걱정한 나머지, 해외 연주를 금지시켰고, 유학 기간이 끝난 사랑하는 여인은 돌아오겠다며 모국으로 가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베르만이 재혼한 것은 그로부터 8년 후 소련인과였다. 그의 행적이 1976년 이후부터 눈에 띄는 이유는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해금되기까지 무려 12년동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피아노 연습뿐이였다. 해금 후, 서방에서의 연주활동이 자유롭게 되었고, 연주회 뒤에 옛 부인을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재혼을 한 상태였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머물러 있었다.
1980년 서독에서 연주회 뒤 사온 <러시아>라는 책으로 그는 다시 한번 시련에 부딪친다. 그 책은 러시아에서는 금서였는데, 베르만은 알 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4년 동안 꼼짝없이 해외활동은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연습과 음악의 본질을 연구할수 있는 시간으로 그는 이용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서 폭발적인 힘과 완벽한 기교를 지니게 되었을 것이고, 이는 그에게 리스트의 대가, 리스트의 재래라는 평을 듣게 해주었다. 그의 해금과 때를 같이하여 구소련의 체제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유태인들이 이스라엘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베르만도 고민을 했다. 그 뒤 소련이 해체되기 전에 그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거처를 옮겼다.
80년대를 고비로 베르만은 무대 활동에 주력하면서 레코딩 의욕이 현저히 떨어져 새로운 레퍼토리 영역을 기대해 온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으나, 90년대들어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파벨 베르만과 더불어 뒤늦게 실내악 활동을 하면서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베르만은 파벨이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데, 파벨이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 데뷔 음반에 반주자로 나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비록 40여년의 연령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들려주는 그의 반주는 생기있는 리듬감과 부드러운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따스한 정을 느낄수 있다.
베르만의 레코드 예술
베르만의 기량을 음반 칼럼니스트 이상훈 님의 평을 빌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가 그의 연주 모습을 실제로 본 것은 지난 1990년 서울 국제 음악제에 초청되었을 때로 기억한다. 익히 피아노의 파가니니, 피아노의 마술사란 닉네임을 얻으며 한때 유럽의 음악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베르만의 역량은 레코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 시립교향악단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는데, 청중의 잦은 소음과 예기치 않은 콘디션 난조로 미스터치까지 있었지만, 콘서트 홀 구석구석까지 크게 울리는 압도적인 음량과 오케스트라를 리드해 가는 여유 만만한 표정은 세월이 꽤나 흐른 지금까지 강한 인상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처럼 리스트에 관해서는 베르만은 러시아적인 광대한과 여유로움을 들려주고 있다.
베르만은 데뷔시기부터 리스트 전문 연주가로 출발했는데, 50년대 말에서 60년대에 걸쳐 초기 멜로디아(러시아의 대표적 음반 레이블로 최근에 BMG에 합쳐져서 2CD음반으로 많은 러시아음악가들의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다. ) 시절에 초절기교연습곡, 소나타 b단조, 메피스토 왈츠등 상당수의 뛰어난 녹음을 남기고 있다. 베르만이 형식상의 문제로 가장 다루기 힘든 곡으로 지적한 소나타 b단조는 단일 악장에 일관된 통일성을 꼼꼼하게 매듭지었고, 중간부에 흐르는 가요적인 선율의 아름다움도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의 초기 러시아에서의 활동의 공통점은 다양한 음악적 체험과 아이디어에 의한 예술적인면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화려한 양식을 추구했으며, 절제되지 않은 질풍노도와 같은 열띤 표현이 지배하고 있다.
베르만은 유럽과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로 멜로디아 뿐만 아니라 DG와도 전속계약을 체결하였고 불과 수년만에 그의 대표적인 레코딩의 대부분을 만들어 내는 왕성한 창조력을 과시했다. 특히 리스트 레코딩의 금자탑이라고 불리고 있는 순례의 해 26곡 전곡 녹음은 상상력이 풍부한 음의 팔레트로 시적인 상념과 동적인 분위기의 변화를 생생하고 묘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레코딩을 살펴보면..
멜로디아 레이블 : 스크리아빈 피아노 소나타 1.3번,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헝가리 광시곡9번.
도이치그라마폰 :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2번(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빈PO), 리스트순례의 해 1.2.3년(3CD), 쇼팽 폴로네이즈1-6번
소니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클라우디오 아라보, 런던PO, 소니의 Great performance)
SUPRAPHON :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d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AUDIOFON : 모차르트. 프로코티예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바이올린 파벨 베르만), 슈베르트/리스트. 바그너/리스트. 리스트의 작품(CD 72041)
DISCOVER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D.960번
그는 92년과 96년,98년에 에 내한하여 독주회를 가졌으며, 99년에는 이화여대에
석좌교수로 초빙되었다.
3.Alfred Brendel(구 체코슬로바키아 1931- )
학구적이고 진지한 피아니스트. 작품 해석의 권위자로 현존하는 피아니스트중 작품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한다고 피아니스트. 60이 넘긴 나이에 새롭게 도전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사이클의 3번째 전곡 연주와 녹음을 성공한, 피아노계에서 가장 관심의 촛점이 되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알프레드 브렌델이다.
1931년 체코의 비젠베르크에서 출생한 브렌델은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독학으로 공부하던 브렌델이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한 것은 그라츠 음악원 에서였다. 47년에 빈으로 옮겨온 브렌델은 훗날 그와의 만남이 생애 가장 큰 축복이자 영과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에드윈 피셔를 만나 사사하게 된다.
1949년 부조니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하면서 그의 연주 경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빈에서 리스트를 위주로 한 기교적인 레퍼토리를 복스 레이블로 녹음하던 그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것은 69년 런던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필립스를 통하여 녹음을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베토벤 소나타와 협주곡을 시작으로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등 그가 연주하는 빈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 연주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정통적인 스타일은 그를 비견 할 수 없는 정통적인 해석의 권위자로 70년대 이후 피아노계의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80년대에 들어 그는 하이든과 같은 새로운 영역과 <주제와 변주곡 1,2집>과 같은 학구적인 레퍼토리들을 개척해나가는 한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들을 더욱 원숙해진 해석으로 순차적으로 재녹음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먼 래틀과 새롭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새롭게 녹음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는 쇼팽에는 쇼팽 연주가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쇼팽을 전혀 연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하이든에서 쇤베르크까지 미친다고 하는데, 특히 모차르트의 곡에 있어서는 협주곡 위주로 연주하며,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등을 자주 연주한다.
음악을 깊고 날카롭게 파헤쳐 스스로의 정열과 환상을 작품에 의탁하는 브렌델. 그는 가장 성실한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이며, 현재의 피아니스트 중에서 정신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연주회의
일회성을 부정하고, 작곡가가 완성한 악보에 손질을 하듯, 테이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완성시키려 했던 피아니스트가 바로 글렌 굴더이다. 이 편집 행위야
말로 최상의 질을 보증하는 창조적 행위라고 말했다.그는 곡에 따라 쳄발로나 오르간도
연주하고 있으며, 피아니스틱한 울림에는 구애를 받지 않는 피아니스트이다.
굴드는 언제나 화제거리를 제공하는 피아니스트였다. 연주 자체를 떠나 언제나 매스컴과 음악 팬들의 초점이 되어 세상을 떠난지 1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다. 글렌 허버트 굴드는 1932년 9월 25일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터론토 음악원을 입학하여고 1947년 터론토 교향악단과 협연하여 피아니스트로서 데뷔했는데, 1955년에는 위싱턴에서 미국 데뷔를 하여 센세이셔널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의 프로그램은 바하의 <골든베르그 변주곡> 단 한 곡이었는데, 굴드는 이의 성공으로 CBS콜럼비아와 같은 곡을 6월 26일 부터 1주일 동안 걸려서 녹음했다.
이 때 뉴욕의 스튜이어에 나타난 굴드는 많은 예술가들과 접해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CBS의 스텝들을 아연케 했다고 한다. 그는 6월의 뉴욕에 코우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베레모를 쓰고, 장갑을 끼고 등장했다. 그것 뿐만 아니라 뉴욕의 물은 마실 것이 못 된다고 하여 두 병의 물을 준비하고, 약병 5개를 지참하였으며, 특별제작의 피아노 의자까지 가지고 왔다. 이 의자는 4개의 다리가 신축자재한 세상에 둘도 없는 것이었다. 그는 의자를 연주하는 곳에 따라 손을 교차시키기 쉽게 각도를 기울렸다고 하는데, 이 때의 녹음 광경은 한 때 연속사진으로 발표되어 사람들의 화제가 되었다. 그는 녹음을 할 때도 큰소리로 음을 흥얼거리며 따라하고 몸을 앞으로 뒤로 젖히는 등 그야말로 광태라고 할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는 정확히 32세 되던 해부터 공개 연주를 중단하고 오로지 스튜디오 작업에만 몰두했다. 굴드는 레퍼토리나 해석도 개성적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멋대로 연주하고 있는것이 아니다. 그는 악보를 천재적이라고 할 만큼 날카롭게 읽어내어 지적으로 정리하고 있기에 그속에는 작품의 다의적 메시지중 하나를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굉장한 스피드로 곡을 연주하면서도 그 속에는 세부를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곡을 풀어나가는데 이는 보통의 피아노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굴드는 일련의 뉴욕에서의 레코딩에 CD318이라는 불리는 제 2차 세계대전 전의 스타인웨이를 사용했으며, 낡아빠진 이 피아노를 굴드는 몇 번이나 대수술을 하듯 수리하고 개조하여 사용했다. 그는 예민한 터치에 의한 레가토, 스타가토의 효과를 철저히 추구하려했기에 일부러 터치가 가며운 피아노를 사용했다. 굴드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터치가 깃털처럼 가볍고 민감한 듯 약음에서는 마치 클라비코드나 쳄발로처럼 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전주의자 였기에 극도로 청중을 두려워했다는 피아노계의 이단자. 그는 레코드 연주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하나의 규범을 만들어내었다. 그의 특이함은 결코 그 자체로 멈추어 서지 않는다. 그 안에는 남들이 절대 보지 못하는, 뛰어나면서도 각별히 매력적인 음악관이 자리하고 있다.
5.Vladimir Ashkenazy(러시아 1937- )
1955년 제5회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인 베네뎃티 미켈란젤리가 1위와 2위의 순위에 항의하여
사퇴를 한 사건이 있다. 이 때의 2위가 바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이다. 이때 1위의
아담 하라셰비치와 그 후의 활동과 예술적 성과를 비교한다면 순위의 부당성이 스캔들처럼
아쉬케나지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1937년 7월 6일 모스크바 서쪽의 도시 고르키에 있는 음악가의 집에서 태어났다. 6세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7세 때에는 학생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하이든의 협주곡을 연주했다. 9세 때에는 모스크바 음악원 부속의 중앙 음악 학교에 입학, 산베티안에게 사사했다. 1955년 18세때 이 10년제의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 출장 2위에 입상하였고,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하여 명피아니스트인 레프 오보린에게 사사했다. 이듬해인 1956년 벨기에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 출장하여 당당히 1위로 우승하였고, 이로 인한 연주회에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후로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를 계속하여 1960년에 음악원을 졸업했다. 1961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유학중이던 아이슬랜드의 여류 피아니스트와 결혼하였고, 그 이듬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출장하여 영국의 존 오그던과 함께 공동 1위로 입상하였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대회 참석을 망설였는데, 소련 당국의 반강제적 협박에 출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련측은 안방 잔치 임에도 불구하고 1회 대회에서의 우승을 미국의 반 클라이번에 빼앗긴 복수로 아쉬케나지의 출전을 동요했다고 했다.
아무튼 이로서 아쉬케나지는 완전히 세계적으로 제 1급 피아니스트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소련정부의 간섭과 통제에 반발하여 63년 서방으로(영국)으로 망명하게 되고 이후 아쉬케나지의 피아니즘은 더욱 활짝 피어 국제적인 대가의 위치에 올랐다. 1968년 부터는 아이슬랜드의 레이캬비크에서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있다. 그는 아이슬랜드에서 2년마다 열리는 음악제의 고문이 되었고, 1969년 조국 소련에 귀국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1974년 소련 국적을 버리고 아이슬랜드 국민이 되었다.
그의 피아노 음은 선명하면서도 산뜻한 기교가 도처에서 찬연하게 빛나고 있는데, 종소리처럼 투명한 약음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을 띠고 고조하는 최강음까지 다양하고 세밀한 음색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테크닉을 무기로 그는 레카토의 선율과 화려한 피아노적 패시지, 정열적인 화음을 교차시킨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그는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지휘자로서의 활동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는 피아노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음악적 발로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자신의 음을 피아노보다 더 큰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려는 그의 뛰어난 능력은 인정을 받아 국제적인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