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나.
미국에 첫 발을 내린지 불과 일주일이 채 안되었을 때다.
동생 집에 얹혀 사는데, 동생은 학교에 가고 나는 무료하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텔리비젼을 보고 있었다.
티브이에서 핏자 헛 광고가 나왔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웬일인지 한국에 있을 때는 먹지도 않았던 피자가 갑자기 입덧하는 임신부처럼 간절히 먹고 싶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귀찮은 마음에
'피자는 무슨 놈의... 그냥 집에 있자.'
그러고 누워 버렸는데 내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내가
'너, 괜히 가서 영어 못하니까 창피해서 그러지?'
그러면서 내 자존심을 긁었다.
암만 영어를 못해도 아무리 피자 하나 못 사먹으랴 싶어서 불끈 일어나 차를 몰고 피자 헛으로 갔다. 평소에도 피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터라 줄을 서서 앞사람들이 오더하는 것을 유심히 엿들으며 메뉴판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노라니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종업원: "May I take you an order, sir?"
나: "I would like to have a medium pizza."
종업원: "What kind?"
나: "... Pepperoni. Mushroom and extra cheeze please."
야, 나도 영어 잘 하는구만... 그렇게 생각하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웬걸, 멕시칸처럼 보이는 종업원이 듣도 못한 토핑을 더 얹으라는 것이다.
종업원: "포히어루고?"
나: "What? ...I don't want it."
종업원: "???"
나: "I don't want that topping."
종업원: "What? You don't want to add extra cheeze?"
나: "No! I want to have extra cheeze and mushroom."
종업원: "OK, so 포히어루고?"
나: "Hey, I said I don't want it!"
종업원: "What? You don't want the pizza?"
나: -_- ;
그 후의 상황은 상상에 맏김... (결국 피자를 포기하고 말았다.)
부글부글 끓는 가슴, 서럽기는 또 왜그리 서럽던지...
집에 돌아왔더니 동생이 퇴근해서 와 있었다. 하도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있었던 일을 토로했더니 동생놈이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다.
포히어루고... for here or togo... (여기서 먹을래, 가지고 갈래...)
포히어루고? 노! 포히어루고? 노!
나는 아직도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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